뚫고, 찢고, 떠나보내기, 그리고 받아들임을 향해 - 백은선 <나는 내가 싫고 좋고 이상하고>
제목이 마음에 들어서 빌렸다. 말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서 산문을 쓰는 사람도 있겠지만 말하기 힘들어서 할까 말까 했는데 말할 수밖에 없는 그 마음 자체를 쓰는 사람도 있을테다. 일단 이 책은 후자에 가까운 것 같다.
기록하고 싶은 부분도, 내 이야기 같은 부분도 많고 시인지 산문인지 모호해도 다 괜찮은 독특한 리듬도 좋은 책이었지만 읽는 과정이 편안하지만은 않았다. 생각이 마음의 벽을 뚫고 나오기까지의 고통과 인내, 힘듦을 짐작하는 것조차 조심스러웠다. 최대한 쥐어짜며 쓰고 싶은 만큼 쓰기 위한, 자신을 받아들이기 위한 떠나보냄. 시인이 궁핍해져서 썼다는 산문의 의미를 이렇게 요약해도 될지.
억지로 내면을 통합하지 않고 최대한 있는 그대로, 그리고 길게 담아내려고 애쓴 글들을 읽고 나니 작년에 이름만 믿고 사둔 그의 시집을 꼭 읽어보고 싶고, 다시 안 낸다고는 했지만 산문집도 더 내주셨으면 좋겠다. 산문이어도, 시여도, 둘다 아닌 그 무엇이어도, 백은선 시인의 화법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