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 동안 폐지를 압축해 온 '나'의 기록. 'you are what you eat'이 아니라 'you are what you read'임을 전제로 삶의 여정을 풀어가는 책. 너무 시끄러운 고독은 아마 책을 읽는 사람의 외면은 고독해도 내면은 시끄럽게 생각하고 다툰다는 뜻인가 짐작하고 있다. 그 고독 덕분에 엄혹한 시대에 미치지 않고 버틸 수 있었던 것이리라.
하지만 긴 시간 한 가지 업을 해 온 그의 삶과 달리 한탸의 바깥 세상은 너무나 빠르게 변한다. 시대의 비극이 일어나고, 시대가 바뀌고, 더 좋은 압축기가 생기고.. 그는 조금씩 시대의 뒤안길로 사라져 가며 책을 그렇게 읽어도 원하는 바에 도달하지 못한 자신을 발견하고, 마지막 선택에 이른다.
마지막 순간에야 찾아오는 깨달음까지, 짧고 얇지만 쉽게 설명하기 어려운 책이다. 압축기 돌아가듯 규칙적으로 반복되는 구절 속에서 변주되는 개인과 세계의 삶. 책이 좋았다고 하면서도 책에 깔리는 것 같았다고 말한 한 사람의 삶. 나는 언젠가 내 삶을 어떻게 돌아보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