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 64
지도가 있기 전에 세상은 무한했다. 세상에 형상을 부여하고, 그것을 어떤 영역처럼, 단지 파괴되고 약탈당하는 것이 아닌 소유할 수 있는 무언가처럼 보이게 만든 것은 바로 지도였다. 지도는 상상력의 끄트머리에 있던 장소들을 손으로 쥘 수 있고 특정 자리에 위치시킬 수 있는 것으로 보이게끔 만들어주었다. 그리고 나중에 그럴 필요가 있게 되었을 때, 지도상 접근하기 어렵고 미개한 다른 장소에 살던 사람들이 속하는 위계를 구성해내기 위해 지리학은 생물학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