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차의 나라로만 알고 있던 스리랑카에 이토록 비극적인 전쟁과 분열의 역사가 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다. 한껏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많지 않은 배경지식으로도 읽을 수 있게 한 저승 누아르라는 장르와 글의 속도감 덕분에 (조금 급했지만) 끝까지 책을 손에서 놓지 않을 수 있었다. 이런 속도감은 자기 조국의 역사가 판타지가 되기를 바라는 작가의 소망이 반영된 것일까 생각해 본다. 말린이 동성애자이고, 사진작가로 설정된 것도 유령처럼 세상에 존재하지 않지만 존재한다고 여겨지는 존재를 표현하고 싶었던 것 같아서 흥미로웠다. 중간중간 새기고 싶은 인상적인 구절과 인간에 대한 깊은 통찰도 매력적이었던 책으로 기억에 남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