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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주를 하신 건지 눈 주변에 불쾌한 기운이 살짝 돌면서 몸도 미세하게 휘청취정하는 게 꽤 노곤해 보였고, 무엇보다 신고 계신 (요즘은 진짜 찾아보기 힘든) 하이힐도 버거워 보였어요. 평소였다면 바로 일어서서 자리를 내어주었을 텐데 그땐 저도 너무 힘들었거든요. 대신, 저는 화정역까지 한참 가야 하니 다른 사람 앞으 로 가서 자리가 나기를 기다리시는 게 좋겠다고 꼭 말해 주고 싶었습니다……… 차마 말 걸 용기를 내지 못한 저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리고 일부러 조금 크게 말했어요.
"나 지금 화.정.역. 가는 중인데. (친구: 응, 우리 다 너 기다리고 있어.) 아니, 화정역! 화정역으로 가고 있다고. (친구: ??? 안다고, 너 기다린다고.) 응, 알았어~" 하지만 전화를 끊고 얼마간 기다려도 그분은 미동도 하지 않았고, 저는 다시 마음이 분주해졌습니다…. 그래서 저는 다시 전화를 걸었습니다.
"응, 난데. (친구: 또 왜.) 화정역까지 가려면 아직 열. 일.곱. 정거장 더 가야 해. …" 다행히 이번엔 통했습니다. 그분이 다른 곳으로 걸음을 옮기셨거든요….. 바로 건너편에서 아까 그분이 의자에서 엉덩이를 살짝 뗀 어정쩡한 자세로 저를 부르고 있는 거예요. "저기요, 저기요!"“네?""화정역이에요, 화정역!" 놀라서 고개를 돌려보니 열차가 막 화정역에 들어서고 있었어요. "아까 화정역에서 내리신다고..
"네, 맞아요.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