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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는 하루하루 마약의 힘으로 버티던 폴에게 이 시를 읽어 줬 다고 했다. 그 말을 하면서 이모는 자신은 절대로 꿈을 이룬 사람이 아니라고 덧붙였다. 이모의 꿈은 미국 마누라가 되는 게 아니었으니까. 이모의 꿈은 소박했다.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을 보면 서 죽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모가 사랑했던 사람들은 다들 이모보다 먼저 죽었다. 너무 너무 너무 많은 고통과 너무 너무 너무 많은 눈물로 범벅이 된 이모의 얼굴을 보면서. 이모가 병상의 폴에게 읽어준 그 시는 원래 이모가 출연한 영화를 만든 감독이 읽어달라고 했던 시였다. 제일 먼저 그 사람이 죽었고, 그다음에는 이모의 뱃 속에 있던 아기가 이 세상에는 어둠만이 아니라 빛도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숨을 거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폴이 죽음을 맞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