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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그런 엄마의 특별함을 사랑했다. 그것은 그녀가 기억하 는 한 아빠도 마찬가지였다. 엄마가 사계절 내내 미풍에도 빛깔 을 달리해 반짝이는 잎이었다면 그녀의 아빠는 조용하고 균형 잡힌 나무 같은 사람이었다. 야근이 많은 직업 특성상 평일에는 아빠를 보기가 어려웠지만 대신 주말에는 언제나 아빠와 함께 시간을 보 낼 수 있었다. 아빠는 그들과 함께 장을 봤고, 그녀에 게 자전거와 롤러스케이트 타는 법을 알려주었고, 엄마가 습관 처럼 창밖을 내 다보며 상념에 빠져 있으면 그 옆에서 조용히 야구 중계를 보았다. 기억 속 그녀의 가정에는 아무런 문제도 없 었다. 그렇기 때문 에 그녀가 열한 살이 된 그해, 엄마가 그녀를 앉혀놓고 더이상 엄마와 아빠는 함께 살지 않기로 했으니 누구 와 살지 선택하라고 그녀에게 말했을 때 그녀는 엄마가 무슨 말 을 하는 것인지 좀처럼 이해할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