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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라는 것은 대체 무엇인가.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는 마음을 어떻게 얻고 쓰고 채우는 걸까. 나는 가끔 이 모든 작용을 믿을 수 없다. 기분과 마음은 어떻게 다를까. 나는 내 삶이 천천히 돌고 있는 것을 그저 구경할 뿐인데. 그 안에서 계속해서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 끔찍하다.
예전에는 마음은 무한한 거라고 생각했다. 얼마든지 얼마든지 누구에게 주어도 다시 생겨나는 거라고. 내가 잘 모르는 사람, 친하지 않은 사람에게도 마음을 많이 썼다. 잘 보이고 싶었고 그 마음이 언젠가 돌아올 거라고 믿었다. 왜 마음을 '쓴다'고 할까. 그건 마음이 쓰면 없어지는 거여서라고, 마음의 양에는 한계가 있어 그런거라고 나는 이제 생각한다. 그래서 이제는 가깝지 않은 사람에게는 마음을 잘 쓰지 않는다. 내 마음은 귀한 거고 친구들에게 아이에게 그리고 나에게 쓰기에도 턱없이 부족하다는 걸 알아버렸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