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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넨 내 사상이라든가 견해 같은 것과 내 과거를 혼동하고 있는 건 아닙니까? 나는 보잘것없는 사상가지만, 내 머리로 정리해낸 결론을 무조건 남한테 숨기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숨길 필요가 없으니까. 하지만 내 과거를 속속들이 자네한테 얘기해야 한다고 하면, 그건 또 다른 문제지요."
"다른 문제라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선생님의 과거가 만들어낸 사상이기 때문에 과거에 무게를 두는 겁니다. 이 두가지를 떼어놓으면 저한테는 거의 가치 없는 게 되지요. 저는 혼을 불어넣지 않은 인형을 받는 것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