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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파 챌린지와 무관하게) 이 책을 기간 내에 읽어야 하는 일이 생겨서, 좀 급하게 책을 읽었다. 급하게 읽었다고 해도 그렇지, 내 평소 독서 속도와 비교했을 때 이틀이라는 기간은 정말이지 급했다. 사실 전까지 백수린 작가의 소설을 거의 읽은 적이 없어서, 먼저 '여름의 빌라'를 읽어봤다. 바로 전에 김멜라 작가의 소설집 '적어도 두 번'(참고: 정말 매운 맛이다)을 읽어서 그런가, 좀 밍밍하게도 느껴졌다. 걱정을 하면서 첫 페이지를 넘겼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이미 절반을 읽은 게 아닌가. 어쩌면 이틀은 그다지 급한 것도 아니었을지도.
최근 이런 제목들에 좀 회의를 느꼈다. 찬란하다느니, '이토록' 아름답다느니, 무해하다느니... 상상만으로도 봄볕을 맞는 것처럼 따뜻해지고 행복해지는 그런 단어들이 들어간 제목 말이다. 어떤 이야기를 할 지 눈에 그려져서일까, 단순히 반복되어서 지겨워졌기 때문일까. 아무튼 그런 제목들에 고운 눈길이 가지 않던 참에 이 책을 만났다. 읽어보니 빌어먹을 눈부시고 찬란했다. 이런 이야기를 찾고, 또 쓰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나 보다. 누군가 보내온 눈부신 안부에 묵묵부답 할 수 있는 냉혈한이 어디 있겠나? 적어도 문학을 읽는 사람 중에서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