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정이 있어 챌린지 시작 전부터 책을 읽기 시작했다. 첫 단편 '링고링'을 읽으며 오랜만에 연애세포가 돋아나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소설집이 어떤 소설집인지 소개하는, 첫 단편으로는 제격인 작품이라고 느꼈다. 첫 소설이 무척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다음 작품들에 마음을 붙일 수 있을까 걱정했을 정도인데, 정말 괜한 걱정이었다.
'나뭇잎이 마르고'의 인물들은, 내 편협하고 좁은 사고때문이겠지만, 최근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 출현해 화제를 모은 두 배우 정은혜 배우와 한지민 배우가 떠올랐다. '체'도 '앙헬'도 무척이나 매력적인 인물이었으나, 무엇보다 내 마음을 울린 것은 동아리 '마음씨'였다. 산 정상에 올라 씨앗을 뿌리고 비밀을 간직한 산의 비밀을 누군가 발견하기를 기다리는, 혹은 상상에 그치는 이 무의미한 행위가 어찌나 마음을 울리던지.
무엇보다 기대했던 작품 '저녁놀'은 기대 이상으로 재미있었다. 화자가 '딜도'라는 이야기를 듣고 레즈비언 커플들의 성관계를 묘사할 것이라 짐작해왔는데, 사용되지 못하고 처박힌 딜도의 한탄일 줄이야. 부담스러울 정도로 열정적인 사랑의 기록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예상 외로 담백한 이야기라서 더욱 좋았다.
표제작을 더불어 아직 여러 단편들이 남아있다. 이 단편들이 나를 어떻게 실망시킬까 하는 걱정은 접힌지 오래이고 작가에 대한 깊은 신뢰만이 남았다. 빨리 다음 단편을 읽어보고 싶으나 인내하는 마음으로 책장을 넘기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