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처음 구입하기로 마음 먹었을 때는 반신반의 했었다. 김연수의 소설은 처음 읽어보기 때문이었다. 얼마 전 읽었던 김훈의 소설이 맞지 않다고 생각했기에 걱정은 더했다. 어쩌면 기대보다 앞선 심려가 책장을 펼치기도 전에 소설을 향한 마음을 저버리게 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이런 나를 위해 가장 재미있는 단편 <이토록 평범한 미래>를 첫번째 소설로 선정해주어 감사를 전하고 싶다.
중반까지만 해도 모르고 있었는데, 이 소설집은 사랑에 대한 이야기였다. 추천글을 쓸 때 이 점을 알았더라면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었을텐데. 과거와 미래, 세월호와 코로나라는 재난, 이해와 공감이라는 장황한 주제에 갇혀, 사랑을 발견하지 못했다. 그 점이 참 아쉽다.
코로나가 처음 발생하고 참으로 많은 시간이 흘렀다. 그 후로 코로나에 침범당한 소설들이 많이도 등장하고 있다. 저자 김연수 본인이 코로나에 영향을 받았다고 해서일까, <이토록 평범한 미래>는 유달리 코로나 사태에 관한 이야기들이 자주 등장한다. 천주교 탄압에서 시작하여 세월호 참사 등을 훑는 이 책을 덮을 때는 이태원참사를 겪었다. 책의 마지막 단편을 떠올리며, 우리는 정말 미래는 볼 수 없는 것인가. 지금 와서는 공허한 마음도 든다. 소설을 읽는다는 건 결국 과거를 보는 일이라는 생각에.
아름다운 경험을 하게 해준 저자에게 감사를 보낸다. '좋아하는 일만 하며 단순하게 살았던 작가'를 책장에 기억해두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