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쪽
p.80 도서관이 무엇인지 정의하는 건 간단해 보인다. 도서관은 책 보관소다. 하지만 도서관애서 많은 시간을 보낼수록 나는 도서관이 하나의 복잡한 기계, 기어가 윙윙 돌아가는 장치라는 사실을 더 절실히 깨닫는다. 도서관 본관 복도 한가운데쯤 자리를 잡고 소용돌이치며 맥박 치는 이 공간을 그저 가만히 관찰한 날들도 있었다. 때로 사람들은 분명한 목적지 없이 느긋하기게 지나가고 어떤 사람들은 목적의식에 가득 차서 활기차게 걸어갔다. 혼자 온 사람이 많았지만 둘이 온 사람도 있었다. 가끔 시끌벅적하게 무리 지어 돌아다니는 이들도 있었다. 다들 도서관은 조용하다고 생각하지만 실는 그렇지 않다. 도서관에는 목소리, 발자국 소리, 관현악단의 전 음역을 아우르는 책과 관련된 소음들이 웅웅거린다. 표지를 탁 덮는 소이, 페이지를 펼칠 때 나는 휙 소리, 책을 다른 책 위에 쌓을 때 나는 특유의 툭 소리, 복도를 삐걱거리며 지나가는 책 수레 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