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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이 분명해지면 괴로웠다.
주기적으로 무언가가 사라졌다. 연속성이라는 일상의 원칙이, 인생에서 자신이 어느 곳, 어느 단계에 있는지 알려주는 평범한 그 요소가 의식 속에서 점차 희미해졌고, 결국에는 생각은 하지만 그 생각의 주체인 자신에 대해서는 망각하는 백일몽 속으로 빠져들었다. 책임감이 사라졌고, 몇 시간 전의 기억도 사라졌으며, 무엇을 하고 있는지, 어디로 가고 있는지, 계획이 무엇인지도 알지 못했다. 그런 문제들에 대한 관심도 사라졌다. 도무지 이치에 안 맞는 엉뚱한 확신에만 사로잡혀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