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나는 한순간도 죽을 수 없었지. 혀가 녹을 듯 아파도 살아야 했지. 불 켜야 했지. 숨쉬어야 했지. 눈을 떴었지. 땀에 흠뻑 젖은 등에 업힌 채 언덕길이 휙휙 쓰러지는 걸 봤지.
(...)
세상은 밝고 장판은 누렇고 엄마는 선하고 나는 오르락 내리락 고르게 숨을 쉬면서 햇빛이 닿는 손등을 가만히 보았다. 잔털들이 금빛으로 물들고 있었다. 생각해보면 구십년대의 집들은 볕이 과했다. 너무 맑고 투명한 빛이 얼굴로 쏟아저 엄마도 나도 낮이면 자꾸 동그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