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들을 공부시키는 게 좋다고만 할 수도 없구나. 어렵게 공부를 시켜놓으면 도통 집으로 돌아오려고 하지 않으니, 이래서야 부모자식 사이를 뚝 떼어놓기 위해 공부시킨 것과 뭐가 다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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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은 움직일 수 없는 것이라고 아버지는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 집에 사는 어머니 또한 목숨이 붙어 있는 한 움직일 수 없는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자기가 죽은 다음에 이 외로운 아내를 텅 빈 집에 혼자 남겨두는 것 역시 너무나도 불안했다. 그러면서도 도쿄에서 좋은 직장을 구하라고 나한테 강요하고 싶어하는 아버지의 머리에는 모순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