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의 머릿속에도 내 가슴속에도, 아버지는 어차피 가망이 없을 거란 생각이 있었다. 어차피 가망이 없을 바에야 하는 생각도 있었다. 우리는 자식으로서 아버지가 돌아가시길 기다리고 있는 셈이었다. 하지만 자식으로서 그런 말을 입에 담는 것은 꺼렸다. 그러면서도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서로 잘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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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그다지 사이가 좋은 형제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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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형을 만나지 못했기 때문에, 또 멀리 떨어져 살았기 때문에, 시간상으로나 거리상으로 형은 내게 언제나 머나먼 존재였다. 그랬는데 이렇게 오랜만에 만나고 보니 따뜻한 형제애가 어디선가 저절로 솟아났다. 상황이 상황인 것도 크게 작용했다. 우리 두 사람에게 공통분모인 아버지, 그 아버지가 숨을 거두려는 머리맡에서 형과 나는 악수를 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