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남자를 보호하려는 건 미친 짓이지만 그냥 내버려 둘 수도 없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를 폭행하는 군인들의 이상한 열기와 흥분을 이해할 것 같았고, 자신에게도 그런 흥분이 전해지는 것을 느꼈다. 가지고 있는 사냥칼로 잔인한 짓을 하면 백 명이 넘는 군인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생각을 떨쳐내기 위해서 그는 남자를 에워싼 군인들 중 자기보다 더 크거나 강해 보이는 사람들을 세어보기 시작했다. 그러나 진짜 위험은 군중 자체로 나름대로 정당해 보이는 군중심리에 있었다. 그것이 주는 쾌락 또한 부인할 수 없을 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