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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원제 '화산 자락에서'
여러 SNS를 통해 오래 전부터 접했던 책...
언젠가 제목에 '여름'이 들어간 책을 읽어봐야지. 그때 첫 책은 이책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던 책을 읽었다.
여름날의 태양, 태풍, 폭우처럼 손에 땀을 쥐거나 아슬아슬하게 긴박한 사건이 전개되는 큰 덩어리의 이야기는 없다.
한글제목의 여름이 오래 그곳에 남을만큼의 이야기는 드러나지 않는다. 반면에 원제목인 '화산 자락에서'가 땅 속에서 넘치는 힘을 이리저리 굴리다 가끔 감정을 터뜨리듯 불쑥 뱉어내는 이야기들이 더 많은 듯 하다. 제목이 무엇이든 여름의 초입에 읽기에 적당하였으며 이 여름이 오래 그곳(머리 속)에 남아 있을 듯하다. 누군가에 추천할 수 있는 책을 하나 읽은 것이다.
소설은 건축학과를 막 졸업한 사회초년생 사카니시 도오루가 존경하는 건축가인 무라이 슌스케의 설계사무소에서 일을 시작하면서 전개된다.
국립현대도서관의 설계경합에 참여하면서 준비하는 과정들이 사무소의 여름별장이 위치한 가루이자와 아사마 산자락을 배경으로 스승과 제자, 선배와 후배, 동료, 이웃 사람과의 관계로 일어나는 소박한 이야기들로 채워진다.
또한 놀라운 점으로는 건축이라는 주제를 따라 흐르늠 각종 전문 용어의 자유로운 구사와 함께 조류, 식물, 음식, 역사, 자연에 대한 전문적이고 해박한 지식과 묘사가 책을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몰랐던 것을 알 게 되는 기쁨을 책을 통해 얻게 된다.
국립현대도서관의 마무리 작업을 위해 초짜 신입직원 사카나시 도오루와 설계 사무소의 최종 보스 무라이 슌스케. 단 둘만의 여름 별장행은 이미 가을이 한창인 10월 중순이다. 가을이 갖는 느낌 속에 둘은 최종작업을 일찍 마무리하고 잠시 쉬는 여유를 갖지만 온천으로 향하는 길에서 무라이 슌스케는 의식을 잃고 만다.
사카나시와 설계소장의 조카 마리코와의 핑크빛 흐름도 이야기 속에서 좋은 줄기 하나를 엮어 가며 전체적으로 다양한 줄기의 이야기가 과하지 않은 조화를 이끌어 낸다.
완성된 설계도와 모형, 하지만 결국은 실현되지 못하고마는 건축처럼 우리 인생의 길도 그때마다 새로운 꿈을 만들고 준비하지만 이루어 낸 꿈이 있고 이루지 못한 꿈이 있을진데 더 단단한 시간으로 성장시키는 건 오히려 이루지 못한 꿈은 아닐지.
이루어지길 바라며 읽게 되는 이야기 속 두 줄기가 있었다. 삶이 그렇게 생각대로 이루어진다면... 어떤 세상이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