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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13 그는 키티에 대한 자신의 행위가 일정한 명칭을 가지고 있다는 것, 바로 결혼하려는 의사 없이 처녀를 유혹하는 일이라는 것, 그리고 그 유혹이야말로 그처럼 화려하고 젊은 남자들이 흔히 저지를 수 있는 악행의 하나라는 것을 몰랐다. 그는 자기가 이러한 만족을 발견한 최초의 사람인 것처럼 여겨졌고, 그래서 자신의 발견을 즐겼다.
p.115 '그래서, 도대체 어쨌다는 거야? 아무렇지도 않잖아. 나도 좋고 그녀도 좋다는 것뿐이다.'
p.120 그는 마음속으로 어머니를 존경하지도 않았고, 똑똑히 의식하지는 않았지만 그녀를 사랑하지도 않았다. 그저 자기가 속한 사회의 분위기와 자신의 교양에서 비롯된 극도의 순종과 공경의 태도 외에는 스스로에게 허용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마음속에서 어머니에 대한 사랑과 존경이 엷어질수록 겉으로는 더욱더 순종하고 공손해 졌다.
p.121 그가 돌아다보았을 때 그녀 또한 고개를 돌렸다.
p.131 그들의 가정생활 전반에는 어딘지 위선적인 데가 있었다.
p.133 "그런데 무엇보다도 곤란한 것은, 너도 알테지만 내가 그이를 버릴 수 없다는 거야. 아이들도. 난 묶여 있어. 그럼에도 난 그이와 함께 살 수 는 없어. 난 그이를 보는 것도 괴로워."
p.138 그런 남자들이 설사 성실하지 못한 짓을 하더라도, 제 집의 아궁이와 아내는 그들에게 신성불가침한거야. 어째서인지 그들은 그런 여자들을 얕보고 가정에 대한 이야기는 입 밖에 내놓지도 못하게 해. 그들은 가정과 그런 여자들 사이에 언제나 넘을 수 없는 어떤 선을 그어놓고 있으니까.
p.143 "아, 당신 나이 땐 정말 행복하지요." 안나는 계속했다. " 나도 마치 스위스의 산줄기에 걸려 있는 것 같은 그 하늘빛 안개를 기억하고 있고 또 알아요. 그 안개는 바로 유년 시절이 끝나가는 그 행복한 시기에 온갖 것을 가리고 있죠. 그러나 그 거대하고 즐거운 세계에서 나오면 앞길은 차츰차츰 좁아져요. 겉으론 밝고 아름답게 보이지만, 그 외길로 들어가는 것이 즐겁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한......누구나 그 길을 지나오기 마련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