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96 이제야 그녀는 자기가 혼자 있는 틈을 타서 청혼하기 위해 그가 일찌감치 왔다는 것을 알아챘다. 그러자 비로소 모든 일이 전혀 새로운 측면에서 보이기 시작했다. 그녀는 이 일이 결코 자기 한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라, 그녀가 누구와 함께하면 행복할 것이며 누구를 사랑하고 있는 것일까 하는 문제만이 아니라, 당장 그녀가 좋아하는 사람을 짓밟지 않으면 안 되리라는 데 생각이 미쳤다. 무참히 짓밟는 것이다......뭣 때문에? 그가, 그 착한 사내가 그녀를 사랑하고 그녀에게 반했다는 이유로. 그러나, 어쩔 수 없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
p.99 노르드스톤과 레빈 사이에는 세상에 흔히 있는 관계, 즉 표면상으로는 다정해 보이면서도 서로 진지하게 대할 수 없고 그렇다고 싸움도 할 수 없을 만큼 서로 멸시하는 관계가 형성되어 있었다.
p.101 세상에는 자신의 운좋은 경쟁자를 만나면 언제나 상대가 지닌 일체의 장점은 외면하고 그저 단점만을 보려는 사람과, 그와는 반대로 이 행복한 경쟁자에게서 자기보다 뛰어난 구석을 발견하려는 생각으로 마음이 옥죄는 듯한 아픔을 느끼면서도 그저 장점만을 찾아내려고 하는 사람이 있다. 레빈은 후자에 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