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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꽤 오래 우리 집에 있었던 책이다. 그래봐야 1년 정도인데, 남편이(구매당시에는 남자친구가) 고른 책이라 집에 이 책이 있는 이유는 알 수 없다.
지나치다가 우연찮게 본 표지의 첫인상은 ‘인어가 누워있구나’였는데, 챌린지를 참여하려 다시 들여다보니 비둘기와 홑이불이 만들어낸 이미지였다.
각각의 단편은 현실적이고도 다양한 인간의 내면에 대해 고민하게 해 준다.
‘구멍’ 에서는 죄책감에 여태 젖어있는 어릴 적 트라우마에 대해 담담하게 말한다.
‘코요테’ 에서의 아버지는 자신의 꿈만 아는 사람이다. 아버지와 어머니 사이의 이 이상한 관계는 코요테 울음소리가 들리던 날 밤 완전히 정리가 된 듯 보였다.
나는 어머니가 데이트를 하러나간 밤이면, 어머니가 돌아올 때 까지 잠을 자지 않고 기다렸다. 아마 불안감이 아니었을까 한다.
‘저 수영팀이에요.’ 함께 떠나자는 아버지에게 나는 대답한다. 이게 그 초대에 대한 대답이 되었는지.
코요테는 아버지를 뜻하는 것이었을까?
아술의 사고는 누구의 탓이었는지, 캐런과 나의 관계는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게 된다. 잠깐의 기분환기를 위한 아술은 정말 그들 사이에 도움이 되었을까.
“자만심은 물리학자에게 있어 가장 큰 방해 요인이지요.” 그는 스토브에서 주전자를 들어 도자기 포트에 뜨거운 물을 옮겨 부으며 말했다. “뭔가를 이해한다고 생각하는 순간, 모든 발견의 기회를 없애버리게 되니까요.”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에서 처음 밑줄 그은 문장이었다.
‘강가의 개들’에서는 가장 마지막 문장이 머리를 댕 하고 울렸다.
“얘야, 이 일은 너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일이란다.”
어쩌면 평행 더그 그늘 아래에 있는, 강가의 개 마냥 주변을 서성대는 삶이라고 느껴졌지 않을까.
또, ‘외출’에서는 믿음을 ‘머킨’은 더이상 머킨이 아니며, ‘폭풍’은 지금의 날씨를 말 하는 건지, 어머니 혹은 누나의 마음상태를 이야기 하는 건지, 어머니와 톰, 누나와 리처드의 관계를 이야기하는 건지. 생각해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