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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편지주고받는형식을 그리좋아 하지 않는 사람중에 한명인데. 이번에 이책을 읽고 선입견이 사라졌습니다..
일상을 주제로
너무 편안하게 다가왔고
작가님들의 생각과 소심함이
나와 너무 비슷해서 공감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어떻게
내면의 생각과 위로의 말을
거창하지 않는 단어로
너무나도 따뜻하고
가슴에 와닿게 표현할 수 있는걸까 하고
페이지를 넘길때마다 생각했습니다
1.다른 누구도 아닌 선우씨 같은 사람에게
혼비씨라고 다정하게 불리다보면
이 호칭 위에 지저분하게 찍힌 옛상사의 지문들을
싹 닦아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2.하지만 이런 미묘한 신경쓰임, 미묘해서 은근히 재미있지 않나요?
3.미움을 미움 그대로 받인들여야 그 미움을 비로소
해소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요
4.그저 하루하루를 충실히 사는데 급급하다보면 그렇게 성실하게 게을러지기도 하더라고요
5.오래 지속하기 위해선 언제든 멈출 수 있어야 합니다
6.어떤 날에는 슬픔에 휘둘려 아무것도 못하는 제가 나약하게 느껴졌다가 어떤 날에는 변함없이 일상을
꾸려나가는 제가 잔인하게 느껴집니다
7.슬픔 앞에서 사람들은 자신이 겪고 있는 감정과 타인의 감정이 끝내 포개지지 않는다는 사실
소종한 이의 죽음을 겪고 있는 사람의 슬픔은 고유한 것이어서 어떤 위로의 말도 뭉툭하게
미끄러지며 둔하게 비껴갈 뿐이겠지만,
그래도 우리는 영원히 유창해지지 못할 언어로
서툴게나마 이런것들을 서로 묻고 답해야 할 거에요
8. 스위치를 켜면 크리스마스트리에 휘감긴
전구들에 동시에 불이 반짝 들어오는 것을 보는,
너무나 당연하지만 너무나 아름다워서 몇번 더
스위치를 껐다 켰다 하며 신기해하는 기쁨과도 닮았어요
크리스마스 같은 모임이었습니다
9.우리에게는 군자비추, 공자에게는 임신강추
10. 몸에 생긴 꺽임이 매사에 어떤 과속방지턱 같은 걸 만들어놓은 것같습니다
이런 꺽임을 여러번 반복해본 사람이 갖게되는
내면의 단단함도 있지 않을까요?
내가 아프지 않을때도 언제든 아플 수 있음을 알고
어딘가 아픈 사람이 존재함을 알면 좋겠습니다
11. 다정함이란 어쩌면 사람에게 필요 이상의 마음을 쓰는 일이겠지요
이런 종류의 다정함이 하루에 하나씩 곁에 쌓인다면
저는 천국이나 알프스, 아이비리그를 그리며 살지 않아도 될것 같습니다
12.봄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봄과 밤이 손을 잡고 함께 깊어가고 있는 시간에 마지막 편지를 씁니다
13.역시 계절이란 제가 그 시공간으로 그냥 들어가는것이 아니라 만들어나가는 것인가봅니다
14.한 시절 저의 든든한 절기가 되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