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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가진 계절감이 있다. 더위가 한창인 여름. 뜨거운 무언가를 내면에 품고 있는 십 대 소녀들의 이야기. 사랑, 열망, 환상, 그리고 존재와 관계에 대한 특별함(특별하다는 믿음에 더 가까울지도 모르겠다)이 문장과 문장 사이에서 부글부글 끓고 있다. 성인도 아닌, 여자도 아닌 완전하지 않은 존재가 가진 필연적 결핍의 감정을 상황적, 환경적, 배경적 요소들과 잘 활용하여 이야기들을 엮어갔다는 느낌이 든다. 제목과 표지만 보고 애틋한 연애 이야기일 줄 알았는데, 금기적인데서 오는 미묘한 섹슈얼리티는 물론 주변인으로서의 상실감과 패배감까지도 고스란히 전해지는 다른 뉘앙스의 가슴 저릿함이 반전으로 느껴졌다. 책장을 덮는 순간 우리 모두의 십 대 시절에는 '그런' 짝사랑 버튼이 언제고 눌렸다는 것을 상기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지나갔던 한 철의 마음에 대해서도. (https://instagram.com/p/Cr7aPIKrcT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