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시대, 왕의 시대, 남성의 시대에서 도저히 불가능할 것 같은 조건을 다 갖추고도 혁명적인 업적을 이룬 여성의 이야기가 있다. 주인공 마리는 강간으로 태어난 불명예스러운 왕가의 사생아로, 아름다움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얼굴과 골격 때문에 ㅡ결혼은 커녕ㅡ열일곱 살의 나이에 가난과 질병으로 폐허나 다름 없는 왕립수녀원의 부원장이 되는 운명에 처해지고 만다. 그러나 마리는 곧 수녀들을 안전하게 보호해야겠다는 자신의 소명을 발견하고 태생적인 강인함으로 수녀원을 부유하고 안락하게 만들어간다. 때로는 그 수단과 방법이 세속적, 독재적, 급진적이기도 해서 공동체 안에서 저항하는 구성원도 있었지만, 끊임 없이 자신의 비전을 보여주고 결국엔 모두를 목적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게 하는 마리의 모습이 마치 지금 시대의 기업인과 닯았다는 생각이 든다. 시간이 흘러 마리는 부수녀원장에서 수녀원장이 되고, 멈출 줄 모르는 그녀의 열망과 의지ㅡ투지에 가까운ㅡ는 수녀원을 그녀만의 매트릭스(matrix)로 완성한다. 캐릭터가 가진 굉장한 힘은 나를 압도하고 이야기에 몰입하게 했다. 여성 서사이지만 이렇게 역동적이고 강렬하고 무게감 있는 작품이 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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