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단 나뿐만이 아니라 모두가 정후를 좋아했다. 누나가 둘이나 있어서 그런지, 정후는 여자아이들을 스스럼없이 대했다. 이따금 가벼운 농담이나 장난을 걸 때도 있었지만 결코 선을 넘는 법이 없었다. 또래 남자애들보다 훨씬 어른스러웠고 무엇보다 다정했다. 눈에 띄게 챙겨 주거나 미처 말하지 못한 부분을 먼저 배려해 줄 때가 많았다. 운동도 잘하고 공부도 곧잘 하는 정후는 남자아이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좋아서, 지난 반장 선거에서는 스무 표가 넘는 몰표를 받았다. 그러니까 정후는 1학년 9반의 아이돌 같은 존재였다.
(고요한 우연 20쪽, '모든 것이 시작된 밤'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