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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저는 소설을 쓰는 것이 행복하다는 생각은 단 한번도 해본 적이 없습니다. 행복이라는 말은 너무 가볍고 환해요. 소설가로서 문장을 만들며 이십 년을 살아왔지만, 저는 한번도 그런 종류의 기쁨을 경험해보지 못했습니다. 행복은커녕 늘 불안함과 회의감에 젖어온 세월이었어요. 삶은 늘 곤궁했고, 그럴듯한 성취도 없었고, 애를 쓴 만큼의 반도 보상받지 못했죠. 그런데도 왜 이 짓을 계속하고 있느냐. 그건 제가 이 일밖에 할 수 없는 인간이기 때문이에요. 결국 세계 속에서 무기력함, 무능함을 자각한 사람이 아니고는 평생 작가의 길을 걸어갈 수 없다는 게 내 지론입니다. -198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