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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자면, 그 친구는 깊은 모욕감을 느꼈고, 그래서 그렇게 고집을 꺾지 않았던 거예요. 그리고 그 친구를 보고 있는데, 정말 자리에서 일어나 어깨에 외투를 걸치지 않겠습니까.
'대체 어디로 가겠다는 건가, 예멜리얀 일리치? 정신 좀 차리게. 대체 왜 이러나? 어디로 간다는 건가?'
'아닙니다. 그럼 안녕히 계세요, 아스타피 이바느이치, 저를 붙잡지 말아주세요(그는 다시 흐느끼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죄를 지었기 때문에 떠나는 겁니다, 아스타피 이바노비치. 당신도 이제 예전같지 않으시고요.'
'내가 예전 같지 않다니? 아니, 난 전과 똑같네! 자네는 정말 철없는 어린애 같군. 그래서 혼자 있으면 자신을 망치고 말걸세, 예멜리얀 일리치.'
'아니요, 아스타피 이바느이치, 당신은 이제 외출할 때 트렁크를 잠그시잖아요. 저는요, 아스타피 이바느이치,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울음이 나와요...... 아니요, 차라리 제가 떠나도록 내버려두시는 게 아나요. 아스타피 이바느이치. 그리고 같이 사는 동안 당신을 속상하게 하고 힘들게 한 점, 모두 용서해주세요.'(p.105-106)
말 한마디 할 때마다 이름을 반복해 부르는 것이 재밌기도 하고.. 어렵기도 하다. 여러 애칭을 사용하는 것도 그렇고..
(이거슨 러시아 문학의 특징인가, 도스토옙스키 글의 특징인가)
정직한 도둑 예멜랴, 먹여주고 재워준 은인의 물건을 훔칠 때의 대담함은 어디로 가고~~~ 이토록 여리고 예민한 성격이라니!
도둑질을 하고 끝없이 자책하는 예멜랴의 모습에 안타까움과 답답함을 느끼면서.. 후회할 것이 뻔한 일을 반복하는 내 모습이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