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4쪽
#1~2장
이게 다가 아니라 놈은 앞으로도 엄청난 범죄를 저지를 것이며 가공할 파괴력으로 과거의 추억을 거의 다 지워버릴 거라는 막연한 예감이 들었다.(p121)
샤모니계곡으로 떠난 여행. 나는 홀로 몽탕베르산 정상에 오른다. 타인의 존재가 고독한 장관을 망쳐버릴까 걱정스러웠기 때문이다.
아! 어째서 인간은 짐승보다 훨씬 우월한 감수성을 가졋다고 자랑하는 것일까? 그로 인해 훨씬 더 유약하고 의존적인 존재가 될 뿐인데. 우리의 욕망이 굶주림, 갈증, 그리고 성욕에 국한되었다면, 거의 완전한 자유를 만끽하는 존재였을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바람 한 줄기, 우연한 한마디, 아니면 그 말로 전달되는 풍경 하나하나에 흔들리지 않는가.(p 129)
그곳에서 나는 내가 창조한 경멸과 악의가 뒤섞인 고뇌가 어린 괴물과 맞닿뜨린다.
나는 네 피조물이고, 우리는 둘 중 하나가 죽음을 맞지 않는 한 끊을 수 없는 유대로 얽혀 있다. 당신은 나를 죽이려 하겠지. 감히 당신이 이렇게 생명을 갖고 놀았단 말인가? 나에 대한 당신의 의무를 다하라. 그러면 나도 당신과 나머지 인간들에 대한 의무를 다하겠다.... 하지만 거절한다면, 살아남은 당신 친구들의 피로 배부를 때까지 죽음의 밥통을 채울 것이다.( p 132)
그는 악마이자 혐오스러운 괴물이었다. 그는 프랑켄슈타인 보다도 강력하게 창조되었다. 그는 모든이에게 공평하게 대하면서 나만 짓밟지 말라고 말한다.
나는 당신의 아담이 되어야 하는데 오히려 타락한 천사가 되어, 잘못도 없이 기쁨을 박탈당하고 당신에게서 쫓겨났다. 어디에서나 축복을 볼 수 있건만, 오로지 나만 돌이킬 수 없이 소외되었다. 나는 자애롭고 선했다. 불행이 나를 악마로 만들었다.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라. 그러면 다시 미덕을 지닌 존재가 될 테니.(p 133)
조물주에게서 조차 버림받은 괴물의 방황은 그를 혐오하는 존재들에게 증오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프랑켄슈타인만이 불행을 보상해 주고 악행에서 구할 수 있다한다. 그의 말에 귀 기울인다음 의지가 있으면 자기 손으로 만들어낸 작품을 파괴하라고 이르며 산 위 오두막으로 초대한다.
#3 ~4
불쌍하고 힘없고 가련한 흉물의 고백이 시작되었다.
그는 지혜를 탐구하는 진지한 어린아이와도 같았다. 그는 스스로 감정도 깨쳤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그 사람들의 교양있는 몸가짐이었다. 나도 그들과 함께 하고 싶었지만 차마 용기가 나지 않았다. 전날 밤 야만적인 마을 사람들한테서 받은 푸대접을 너무나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기에 앞으로 어떤 행동을 취해야 옳을지 알 수 없었지만,(p 146)
그들이 불행할 이유가 대체 무엇인지 나로서는 알 수가 없었지만, 그래도 마음이 심히 흔들렸다. 그렇게 사랑스러운 존재들이 불행하다면, 나처럼 불완전하고 고독한 존재가 비참하다는 게 조금은 덜 이상했다.(p147)
참담한 가난 그것이 이유였다. 따뜻한 마음의 괴물을 자신이 할 수 있는 한에서 사랑스런 오두막 식구들을 돕는다. (착한 정령, 기적같아)그리고 말로 소통함을 배운다. 감정도 배운다. 배움에 열망도 타오른다.
나는 오두막 사람들의 완벽한 외모에 찬탄했다. 그 우아함, 아름다움, 그리고 섬세한 얼굴. 하지만 투명한 물웅덩이에 비친 내 모습을 보고는 얼마나 겁게 질렸던지!.. 하지만 내가 정말 끔찍한 괴물이라는 사살을 확신하고 나자, 쓰라리게 아픈 좌절과 울분의 감정에 휩싸이고 말았다. 아! 이 참혹한 기형이 어떤 치명적인 결과를 낳을지 그때는 온전히 알지 못했다.(p 151)
#5
아라비아연인(사피)이 오자 팰릭스와 아가타의 얼굴에 슬픔이 사라지고 기쁨이 자리잡았다. 이방인의 속도보다 빠르게 날마다 나는 주의를 집중하고 언어를 터득하려 애썼다. 그리고 문자의 과학도 배웠다.
『제국의 몰락』을 통해 글을 깨우치며,
정말로 인간이란 그토록 강력하고 그토록 덕스럽고 훌륭한 동시에 그토록 사악하고 천박하단 말인가? 인간은 어떤 때는 온갖 사악한 원칙을 이어받은 후계자에 불과해 보이다가 , 또 어떤 때는 고귀하고 신성한 특질을 한 몸에 체현한 듯했다. 위대하고 덕망을 갖춘 사람이 된다는 건 분별력을 갖춘 존재가 상상할 수 있는 최고의 영예 같았다.(P159)
내가 배운 인간 세상의 정의는 과연 어떤 것일까?
내가 터특한 그 자신은 어떤 존재인걸까?
앎과 함께 슬픔은 커져만 갔다. 그리고 내 보호자들에 대한 사랑과 존경을 커져만 갔다.
#6
노인은 드 라세. 프랑스 명문가 출신이다. 터키상인 사피의 아버지는 사형수였는데 사피를 사랑한 펠릭스는 그의 탈출을 돕는 대가로 사피를 주겠노라 확언 받는다. 그러나 그것은 속임수였다. 죄수에 탈출을 도운자를 색출하여 체포하라는 프랑스 정부로 인해 드라세와 아가타가 투옥되었다. 재판결과 그들의 전재산은 몰수 당하고 고향에서 추방당했다. 독일 오두막 비참한 삶은 이어지고 터키인이 딸과 함께 이탈리아를 떠났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터키인의배신과 사랑하는 이를 잃었단 사실은 불행이었으나 사피가 다시 돌아와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은 것이다.
#7
그 이야기는 사회적 삶에 대한 가르침을 주었는데, 그것은 미덕을 우러러보되 인류의 악덕을 지양해야 한다는 것이었다.(p170)
『플루타르코스 영웅전』 에서 고결과 사고를,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에서는 낙담과 우울을, 『실낙원』에선 심오한 감정을 깨쳤다. 신의 완벽한 피조물이며 조물주의 특별한 보살핌을 받는 아담과 비교한 나는 비참하고 무기력하고 외로웠다. 고전을 통해 공부하는 괴물이라니!
마음속에 새로운 심상과 감정들을 끝없이 창출해서 가끔은 황홀할 정도로 마음을 고양시켰지만, 대개의 경우 절망의 나락으로 나를 떨어뜨리기 일쑤였다.(p171)
사탄과 마찬가지로, 내 보호자들의 행복을 바라볼 때면 쓰디쓴 질투의 덩어리가 내 안에서 치밀었기 때문이다.(p 174)
연구일지에 적힌 혐오의 정황은 내 마음 속 지울 수 없는 공포를 심어 주었다.
저주받은 창조자! 어째서 자기마저 역겨워 등돌릴 흉악한 괴물을 빚어냈단 말인가?
신은 연민을 갖고 자신을 본떠 인간을 아름답고 매혹적으로 창조했다. 그러나 내 모습은 당신의 더러운 투영이고, 닮았기 때문에 더욱 끔찍스럽다. 사탄에게 그를 숭배하고 격려해줄 동료 악마들이 있어다. 그러나 나는 고독하고 미움을 받는다.(p174)
괴물이 오두막 사람들에게 바랐던 친절과 연민 과연 괴물은 그것을 받을 수 있었나?
바로 그 일을 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바로 그러기 위해 나를 사로잡는 무수한 공포심을 극복해야 했습니다. 이 친구들을 나는 깊이 사랑합니다. 그들은 알지 못하지만 몇 달 동안 날마다 그들을 위해 친절을 베풀어왔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내가 해를 끼치려 한다고 믿고 있어서, 그 편견을 제가 뛰어넘어야 한답니다.
지금이 바로 그때입니다! 저를 구해주셍, 보호해주세요! 제가 찾는 친구들은 바로 선생님과 가족분들입니다! 심판의 시각에 저를 버리지 마십시오!(p179, 181)
#8
그 순간부터 나는 인류라는 종족과 영원한 전쟁을 선포했다. 특히 그 누구보다 나를 빚어내고 이 견딜 수 없는 불행 속으로 밀어낸 그자와의 전쟁을.(p 183)
보호자들은 떠났고 나와 세상을 이어주던 유일한 연결고리는 끊어졌다.(p185)
내 존재를 탄생시킨 근원에 대한 저주! 본성의 온유한 기질은 사라지고 내면은 온통 울분과 원한으로 화했다.(p187)
세찬 급류와 싸워서 사람을 구해도 베푼 자애에 대한 보상은 총상이었다. 인간을 파멸에서 구원해도 상처의 참담한 고통에 뒹굴어야만 했다. 친절과 온정의 감정은 사라지고 지옥의 분노와 앙다문 이빨만 남았다. 날마다 복수를 다짐했다. 그러다 어린 생명을 만났다.
이 어린 생물은 편견이 없고, 기형에 대한 공포심을 가질 만큼 오래 살지도 않았다. 그러므로 이 아이를 포획해서 교육시켜 친구이자 동반자로 데리고 살면, 인간들이 차지하고 있는 이 세상에서 그렇게 쓸쓸하지 않을 터이다.(p 190)
환희와 더불어 지옥같은 승리감으로 심장이 부풀었던 희생자는 누구였을까?
펠릭스의 가르침과 유혈이 낭자한 인간의 법 덕분에 나는 악의를 실행에 옮기는 법을 배웠다. (p192)
당신이 내 요구를 들어주겠다고 약속할 때까지 나는 결코 당신을 떠날 수 없다....그러나 나처럼 기형이고 추악한 존재라면 날 거부하지 않을 것이다. 내 반려자는 나와 똑같은 종족이고 같은 결함을 가져야만 한다. 당신이 바로 이런 존재를 창조해내야 한다.
이 요구는 당신이 거절할 수 없는 내 권리의 주장이다.(p 192, 193)
조심해라 내가 당신의 파멸을 초해할 테고, 이 복수는 당신이 세상에 태어난 날을 저주할 정도로 황폐해지기 전에는 결코 끝나지 않을 테니. (p194)
그 어떤 존재든 내게 선의와 호의를 베풀어준다면 백배 천배로 갚아줄 것이다. 바로 그 한사람을 위하여 기꺼이 전 인류와 화해를 맺겠다! .. 나도 내가 다른 존재의 마음에 연민을 불러 일으키는 광경을 보고 싶다!(p195)
그들의 합의는 이루어 진걸까?
샤모니의 치료약은 치명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