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나느는 제네바 출신으로 공화국 최고 명문가 태생이다. 훌륭한 인품을 가진 아버지는 '보포르'라는 몰락한 친구의 갱생을 도우려 했으나 이루지 못하고 그의 딸인 '카롤린 보포르'와 결혼하여 남편이자 부모를 자처하였다. 나는 그 중 맏아들로 아버지의 모든 일과 재산을 이어받을 후계자였다.아버지의 아끼는 여동생이 이른 나이에 이탈리아 신사와 결혼하였으나 세상을 떠났고, 재혼을 위해 조카 엘리자베트를 맡아달라는 편지로 부모님은 엘리자베트를 데려오게 된다. 그녀는 나의 소꿉친구이자 신붓감이 되었다.
나는 현실 세계와 관련된 사실을 탐구하는 일이 즐거웠다. 반면 그녀는 시인들의 신기루 같은 창조물을 좇느라 분주했다. 내게 세상은 비밀이었고, 나는 그 비밀을 알아내고 싶었다. 그러나 그녀에게 세상은 텅 빈 여백이어서, 자기만의 상상력으로 그 여백을 채우고자 갈망했다.(p 44)
앙리 클레르발은 아버지의 가까운 친구인 제네바 상인의 아들로 특출한 재주와 상상력을 지닌 소년이자 친구이다. 나는 행복한 유년기를 보냈고, 학문을 사랑했다.
불행이 내 마음을 더럽히고 널리 세상에 도움이 되겠다는 밝은 꿈을 오로지 나 자신에 대한 우울하고 편협한 생각으로 바꾸어놓기 전의 일이니까.(p45)
자연철학은 내 운명을 통제한 정령이었다. 열세살 토농 근처 온천으로 떠난 여행에 악천후로 꼬박 여관에 머무르는 동안 <코르넬리우스 아그리파>의 저술선집을 찾아냈다. 내 정신에 새로운 빛이 새벽녘처럼 비치는 듯했다.(p46) 아버지는 한심한 쓰레기라 말했다. 그말은 오히려 그를 치명적으로 유혹했고 나를 그길로 탐독하게 만든다. 그 후 <파라셀수스>와 <알베르투스 마그누스>의 책을 섭렵하며 연금술에 빠졌다.나는 엄청난 끈기와 성실로 현자의 돌과 불멸의 묘약을 향한 탐색을 시작했다.
내가 인간의 육신에서 질병을 추방하고, 그 무엇보다 폭력적인 죽음으로부터 인간을 영원히 해방시킬 수 있다면, 그 발견에 따라오는 영예는 상상도 못할 것이 아닌가!(p 48)
'전기'와 의 만남으로 오랫동안 군림했던 연금술 세계에서 빠져 나왔지만, 자연철학이라는 학문을 싫어하게되었다.
#2장
17살 독일 잉골슈타트 대학에 가기 전 앞으로 겪게 될 비참한 운명을 예고하는 불행이 닥쳤다.
엘리자베트가 성홍열에 걸렸다.그녀는 나았지만 어머니가 성홍열로 돌아가셨다.
잉골슈타트에서 만난 크렘페 교수는 그동안 내가 천금같은 시간을 헛소리 연구에 썼다고 말하며 자연철학 분야의 권장도서를 추천하였다.
연구자들의 야심은 애초에 나로 하여금 과학에 흥미를 갖게 만든 그 꿈들을 무너뜨리는 데 국한되어 있는 것 같았다. 말하자면 무한한 영화의 환각을 버리고 보잘것 없는 현실을 받아들이라고 요구하는 셈이었다.(p 58)
그러나 발트만 교수는 달랐다. 부드럽고 매력적이며 설득력있다. 그의 강의 덕분에 현대 화학자들에 대한 편견이 사라졌다. 교수와의 만남은 내 운명을 결정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