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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은 차별과 혐오가 기입되는 가장 첨예한 장소다. 몸을 기울인다는 건 그런 장소의 닿음이다. 내 몸은 어디에 닿아 있는가. 질문이 저 멀리 앞서가고 있다. 나는 이제 겨우 내 몸에 도착한 상태다. 방청소에 몸을 쓰다가 알았다. 살려고 이러는 거구나. 약속을 취소하고 책상 앞에 앉자마자 알았다. 애쓰고 있는 거구나, 내가. 문제는 살자, 하고 애쓴 일들이 도무지 삶 쪽으로 나를 인도하지 못한다는 거였다. 내 마음 편한 방식이 내게 정말 도움이 되는 경우는 드물다. (마음이 편하려고 익숙한 선택을 하고 자꾸 그래서 망한 거잖아요, 선생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