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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페이지 정도 밖에 안되어 금방 읽겠거니 했는데 2시간도 안되서 끝났다. 체코 작가의 소설은 처음이었다. ‘이게 무슨일인고’ 하며 읽다보니 후루룩 끝나버렸다.
‘시끄러운’과 ‘고독’이라는 정 반대의 단어가 함께 있는 제목이라서 끌렸다. 책들이 들려주는 시끄러운 수다가 들리는 가운데, 홀로 작업장에서 책을 압축하는 고독한 일을 해야하는 의미가 담겨있었다.
시대와 함께 저물어가는 사람이 느낄 상실감과 허무에 대한 여운이 남는 이야기다. 하지만 내가 시대적 배경을 잘 알지 못하고, 종종 나오는 고전들을 알지 못하기에 책의 진가를 온전히 느낄 수 없어서 아쉬웠다.
미션과 줌독서토론을 하면서 조금 더 생각했던 포인트들이 있었다. 내 자신을 올리브열매처럼 쥐어 짜냈던 이야기, 책을 혐오한 만차와 책을 사랑한 한탸의 인생이야기. 결국 만차는 책을 혐오했지만, 자신을 사랑했고 현실에 충실했으며 굴복을 넘어섰다. 한탸는 남이 주는 굴욕을 자신이 그대로 껴안은채 책에 있는 죽은이들과 대화할 뿐이었다. 그래서 책을 안 읽겠다는 결론이 난건 아니다. 그냥 나의 현실도 사랑하고 이렇게 아껴주자는 마음이 들 뿐. 나는 이번에도 책을 통해 다른 시간 다른 장소에 사는 한 노인의 삶을 겪으며, 무료한 일상감을 달래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