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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늦은 오후 맑게 갠 하늘은 드물게 인상적인 석양으로 물들었다. 그런 식의 붉은빛이 가능하다는 것을 그녀는 처음 알았다. 잔잔하게 잦아든 바다 위로 온통 붉게 물든 하늘을 바라보며 그녀는 지구 또한 하나의 행성이라는 것을 처음으로 이해했다. 광활하게 펼쳐진 우주 속, 작은 행성의
표면에 기생하는 지극히 사소한 존재로서의 자신에 대해서, 찰나로서의 자신의 삶에 대해서 그녀는 생각했다. 그것이 기적인지, 비극인지 알 수 없었지만 어쨌든 아름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