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쪽
p.48
사람들은 이를 슈바르츠실트 특이점이라고 불렀다.
처음에는 슈바르츠실트 본인조차 이 결과를 수학적 기현상으로 치부했다. 하긴 물리학은 종이 위의 숫자에 지나지 않는 것, 현실의 사물을 표상하지 않는 추상, 단순한 계산 착오로 가득하지 않던가.
p.55
“가장 작은 아이조차 손가락 하나로 태양을 가릴 수 있다니 우주는 얼마나 신기하고 광학과 원근법의 법칙은 얼마나 변덕스러운가!”
p.62
슈바르츠실트는 아인슈타인을 예견이라도 하듯 우주의 기하학적 형태가 3차원 상자라기보다는 구부리고 짜부라뜨릴 수 있는 무언가라는 가설을 제시했다.
p.71
진짜 두려운 것은 특이점이 맹점이며 기본적으로 불가지라는 사실이라고 그는 말했다. 빛은 특이점에서 결코 탈출할 수 없으므로 우리의 눈은 특이점을 볼 수 없다. 우리의 정신 또한 특이점을 이해할 수 없다. 특이점에서는 일반상대성 법칙이 여지없이 무너지기 때문이다. 물리학은 아무 의미도 없어진다.
p.73
“모든 열핵 에너지원이 소진되면 충분히 무거워진 항성은 붕괴할 것이다. 분열이나 회전, 복사 때문에 질량이 감소하지 않는다면 이 수축은 무한히 계속될 것이다.” 그러면 슈바르츠실트가 예언한대로 공간을 종잇장처럼 구기고 시간을 촛불처럼 끌 수 있는 블랙홀이 형성되며, 이것은 어떤 자연법칙이나 물리적 힘으로도 막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