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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구들과 파크스 부인은 이곳이 '엄마의 방'이며, 엄마도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권리가 있음을 인정했다. 매슈와 아이들은 엄마가 해주는 일들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면 안 된다는 진지한 대화를 여러 번 나눴다. 수전은 처음에 남편과 장남 해리가 나누는 대화를 언뜻 들었을 때, 짜증이 올라오는 것을 깨닫고 깜 짝 놀랐다. 이 커다란 집에서 그녀가 자기만의 방을 하나 마련하는 일이 이렇게 호들갑을 떨 일인가? 이렇게 엄숙하게 토론해야 될 일인가? 그냥 수전 본인이 “이제부터 맨 꼭대기의 작은 방을 내 방으로 꾸밀 테니까, 내가 그 안에 있을 때는 방해하지 마. 집에 불이 난 것이 아니라면"이라고 선언하면 안 되나? 이렇게 진지하게 오랜 시간 토론할 것이 아니라, 그런 선언만으로 끝낼 수 도 있는 일이었다. 해리와 매슈는 파크스 부인과 함께 들어온 쌍둥이에게 자기들의 토론 결과를 설명해주었다. "그래, 여자가 가정을 감당하기 힘들어질 때가 있어." 수전은 이 말을 듣고 곧바로 정원 끝까지 가서, 혈관 속을 악마처럼 들쑤시는 분노를 가라앉혀야 했다.
- 19호실로 가다, p.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