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본성을, 부모를, 부족한 교육 환경과 제도를 탓할 수도 있었다. 탓하면서 자신의 책임을 가뿐히 벗어던지면 한결 어깨가 가벼워졌다. 계속 일하려면 스스로 속일줄도 알아야 했다. 회피는 생선회 접시가장자리에 놓인 레몬 조각과 같았다. 신경썼다는 티를 은근히 내면서도 횟감에서 비린내가 나면 레몬즙을 뿌리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핑곗거리가 되기도 했다. 막상 레몬 조각을 짜다보면 레몬즙은 회가 아니라 애먼 손만 흠뻑 적시기 마련이었다.
- 국자전, p. 346 ~ p. 3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