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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어디에도 없어. 이미 난 오래전에 사라졌으니까.
점보는 환한 표정으로 대답했더.
그럼, 지금 내 앞에 보이는 건 뭐지?
후후, 꼬마 아가씨, 그건 바로 너의 기억 속에 있는 거야.
어떻게 그게 가능하지? 넌 이미 사라졌는데….
그러니까 기억이란 신비로운 것이지.
그런데 왜 난 사라지지 않지?
당연하지. 넌 아직 죽지 않았으니까.
나도 빨리 사라지고 싶어. 여긴 너무 힘들거든. 그리고 너무 외롭고….
꼬마 아가씨, 너무 엄살 부리지 말라고. 그래도 살아 있다는 건 행복한 일이야.
다른 사람들도 나처럼 이렇게 고통스러울까?
글쎄, 그건 잘 모르겠지만 나에게도 힘든 시절이 있었지. 하지만 죽음보다 못한 삶은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