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읽은 '중화미각'은 '짜장면에서 훠궈까지 역사와 문화로 맛보는 중국 미식 가이드' 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사실 책의 제목 자체보다는 이 부제가 너무 흥미로워서 이 책을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은 단순히 중국의 유명하거나 맛있는 요리에 대해서만 다루는 책이 아니라
그 요리의 재료나 기원, 역사, 그 요리를 다룬 옛 문헌들, 그리고 그 요리의 현재 모습 등을 통해 중국 역사와 문화 전반을 이야기하고 있는 책이다.
때에 따라서는 한국과 일본의 이야기도 나와서 더더욱 흥미롭다.
이 책은 보는 것과 같이 중국 코스 요리의 메뉴판 같은 느낌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체 요리부터 주요리, 탕, 식사류, 음료, 후식, 간식, 연회차림표까지 꽤 많은 요리를 다루고 있는데, 그중 아는 요리도 있고 처음 들어본 요리도 있다.
사실 전자보다는 후자가 훨씬 많지만.
이 책은 여러 작가분들이 공동 집필했는데, 각자 한가지 요리를 맡아 서술하고 있다.
각 작가별로 중점을 두는 부분이 조금씩 달라서 글맛이 더욱 다채롭게 느껴졌는데, 그 점 또한 마음에 들었다.
오향장육, 훠궈, 북경오리구이, 동파육, 마파두부, 만두, 호떡, 짜장면 등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요리들에 대해서도 처음으로 알게 되는 흥미로운 사실들이 많아서 재미있게 읽었다.
사실 중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이미지가 좋지 않다.
그것은 중국요리에 대한 이미지도 그다지 좋지 않다는 것이다.
맛 자체를 논하기 전에 뭔가 위생적이지 않을 것 같은 느낌?
'다리가 달린 것이라면 책상을 빼고 다 먹는다'는 중국인들이 별스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그런 부정적인 이미지들이 꽤 많이 희석되었다.
음식은 그 당시 문화의 총합이라고도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식재료, 조리법, 그 요리의 모양, 그 요리를 먹는 시기 등 요리의 거의 모든 부분에서 그 당시 문화의 영향을 진하게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양주 볶음밥은 지금 보기엔 그다지 대단할 것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당시엔 물류의 중심지에 온갖 식재료들이 모이는 양주에서 고기와 채소, 해산물을 듬뿍 넣고 맛있는 쌀로 지은 볶음밥은 지금 우리가 보는 느낌과는 상당히 달랐을 것이다.
야식 문화를 이야기하며 서술하는 야시장에 대한 묘사는 사람 사는 곳은 시대, 장소와는 상관없이 다 똑같다는 느낌까지 들게 한다.
짜장면은 화교들이 한국에 들어와서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만들었기 때문에 중국에는 아예 없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도 이번 기회에 알게 되었다.
복숭아를 한, 중, 일 3개 나라에서 각기 조금씩 다르게, 특히 우리나라는 완전히 다르게 받아들인 것도 흥미로웠다.
도대체 우리나라만은 왜 그렇게 받아들인 걸까...?
이 책을 읽다 보니 그간 부정적으로만 생각했던 중국에 언젠가 한 번 여행을 가고 싶어졌다.
그래서 신랑과 함께 '항주에 가서 서호가 내려다보이는 한적한 식당에 앉아 노을 지는 호수를 바라보며 동파육 한 점' 먹어보고 싶다.
이 책과 같이 역사와 문화를 동시에 다루는 책을 굉장히 좋아하는 편이다.
거기다 맛있는 음식에 관한 이야기라면 더더욱.
이 멋진 책을 써주신 여러 저자분들께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