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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년 동안 책을 압축하는 일을 하는 한 노인의 이야기이다. 기계 소리, 하수구 소리, 잔소리 같은 소음에 둘러 쌓여 일하면서 끊임럾이 책과 함께 고독 속으로 들어가려 한다.
노인은 책을 기준으로 하는 삶을 살며, 버려진 책 사이에서 보물같은 문장들을 발견하는 것에 만족하며 매일 노동을 한다. 모순적이게도 사랑하는 책을 짓이기는 일을 하면서도, 그러면서도 쥐어짜내야 최상의 것이 나온다고 말한다.
책의 저자인 보흐발은 체코에서 태어나 법학을 전공했으나, 독일군에 의해 대학이 폐쇄되고 학위가 있음에도 전혀 상관없는 일들을 오랫동안 했다고 한다. 보흐발이 그런 일들을 현실에서 어쩔 수 없이 하면서도 책에서 위안을 얻고, 자신이 하는 일에 애정을 가지려 했던 노력들이 묻어나 있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