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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러시안블루
이것은 어느 한 사람의 연대기라기보다는 시안화물의 연대기다
제정신이 아닌 연금술사 요한 콘라트 디펠이 만들어낸 동물 부위 증류액로 그의 스승 요햔 야코프 디스바흐가 우연히 프러시안블루를 만들어 냈다. 디스바흐의 후원자인 요한 레온하르트 프리슈에 의해 이 안료가 유통되기 시작하면서 칼 빌헬름 셸레의 손에도 들어간다. 프리슈는 나폴레옹이 말년에 유배 생활을 하던 방안 가득 칠해진 비소계 안료를 만들어낸 사람이다. 나폴레옹은 비소 중독으로 죽었다. 아무튼 셸레는 프러시안블루에 황산을 미량 넣어 시안화물을 만들어냈다. 이 시인화물은 그레고리 라스푸틴의 정적들이 그를 제거하고자 했을 때 사용하기도 했고, 동성애라는 죄목으로 화학적 거세를 당한 수학자 엘런 튜링이 목숨을 끊을 때도 사용했다.
유대인 화학자인 프리츠 하버는 1차 세계대전에서 염소 가스 공격을 감독한 사람이다. 그는 1907년 공기 중에서 질소를 공기 중에서 직접 채취하는 방법을 개발하여 독일이 화약과 폭약을 제조할 수 있게 했다. 그는 자원하여 독일 군대에 입대하였으며, 역사상 최초의 가스 공격을 주도한다. 하버에게 실망한 아내 클라라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후, 그도 영국군의 겨자 가스로 실명 발작을 겪는다. 패전 후 그는 카이저 빌헬름 물리화학/전기화학연구소 소장 업무를 맡았고, 여기에서 시안화물을 이용한 살충 훈증제인 치클론A를 개발한다. 그는 독일을 탈출하여 영국으로 갔으나 화학전 중심 인물이라는 이유로 쫓겨났고 팔레스타인으로 가고자 이 나라 저 나라를 전전하다 병으로 사망한다. 하버 사후 독일은 치클론A를 개량하여 치클론B를 만들어냈다. 이는 하버의 동족인 유대인들을 가둔 독일의 강제수용소에서 유대인을 대량 학살하는 데에 사용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