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길 멈출 때
세상의 가장 근본적인 작동 원리를 파헤치던 과학자들이 발견한 것은 인간의 언어와 경험에 의지해서는 아무 것도 이해하지 못한다는 사실 뿐이었다
- 보어는 산을 거닐며 이 젊은 물리학자(하이젠베르크)에게 말했다. 원자를 묘사할 때 언어는 시와 같은 역할만 할 수 있다고. 하이젠베르크는 보어와 함께 걸으면서 아원자 세계가 거시 세계와 극단적으로 다르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직감했다. 보어는 하르츠 산지의 산덩이를 가늠하다가 그에게 말했다. "고작 흙 입자 하나에 원자 수십억 개가 들어 있다면 대체 어떤 방법을 써야 그토록 작은 것에 대해 유의미하게 이야기할 수 있겠나?" 시인과 마찬가지로 물리학자 또한 세상의 사실들을 단순히 묘사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 그(하이젠베르크)는 숱한 밤을 불면증에 시달렸다. 그의 정신은 비몽사몽 간에 기이한 연결들을 이어 붙였으며 그 덕에 중간 단계를 건너뛰어 결론으로 직행할 수 있었다. 그는 뇌가 둘로 쪼개지는 것 같았다. 각 반구는 상대편과 소통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고 제멋대로 작동했으며, 이 때문에 그의 행렬은 일반적 대수학의 모든 규칙을 무시하고 꿈의 논리를 따랐다.
- "우리는 시간과 공간을 한 가닥의 섬유처럼 엮어야 해요. 언제나 움직임 속에 머물러야 하죠. 누가 평생 한 곳에 머물러 있을 수 있겠어요? 돌이야 그럴 수 있겠지만 당신 같은 사람은 그럴 수 없죠, 교수 양반."
- "신은 우주를 놓고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소!" / (...) / 그(아인슈타인)는 대통일 이론을 수립하려고 분투했으나 목표를 이루지 못하고 죽었다. 모든 사람에게 존경받았으나 젊은 세대로부터는 완전히 소외당했다. 그들은 수십 년 전 솔베이에서 신과 주사위 운운하는 아인슈타인의 공격에 대해 보어가 내놓은 답변을 정답으로 받아들인 듯했다. "신에게 세상을 어떻게 다스리시라고 말하는 것은 우리 몫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