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력이 감당할 수 없는 정도로 뛰어난 지성을 가진 학자가 붕괴하는 과정
- 그로텐디크가 추론으로 은근하고 꾸준하게 압박을 가하면 해들은 마치 자유 의지에 의한 것처럼 스스로를 드러냈다. 표면으로 부풀어올라 (그가 한때 말했던 것처럼) "물에 몇 달간 담가둔 견과류 껍데기같이" 벌어진 것이다.
- 그로텐디크가 불러일으킨 수학적 풍경은 아무리 급진적이었을지언정 인위적이라는 인상은 전혀 들지 않았다. 수학자의 훈련된 눈으로 보면 이 풍경은 마치 자연환경처럼 모습을 드러냈다. 그로켄디크는 자신의 의지를 관철하기보다는 풍경이 스스로 자라고 발전하기를 바랐다. 그 결과는 마치 각각의 개념이 제 나름의 생명 충동을 따라 싹을 틔우고 열매를 맺는 듯한 유기적 아름다움을 발산했다.
- "히로시마와 나가사키를 산산조각낸 원자들을 분열시킨 것은 장군의 번들거리는 손가락이 아니라 한 줌의 방정식으로 무장한 과학자 집단이었습니다." 그로텐디크는 자신의 개념들이 세상에 피해를 입힐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노심초사했다. 내가 추구하는 총체적 이해로부터 어떤 새로운 참상이 벌어질까? 인류가 심장의 심장에 도달하면 무슨 짓을 저지르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