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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병이 세상을 휩쓴 요 몇 년, 일상이 산산조각나는 경험을 했다. 원치 않게 고립되는 일이 부수지기였고, 몸과 마음의 균형을 잃어버리기도 했다. 소설을 쓰는 내내 더이상은 누군가가 질병으로 인해 낙인찍히고 배척당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돌이켜보니 이책의 모든 문장에 그런 나의 염원이 아로 새겨져 있다. 나는 희망에 취약한 사람이라, 아직도 연약한 믿음이 인간을 구원할 수 있다고 믿는다. 절망에 허덕이는 와중에도 기어이 책상 앞에 앉아 이 이야기를 쓸 수밖에 없었다. 그것이 내 일이고,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으니까. 일상을 버티며 살아가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이 이야기가 가닿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