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첫눈 같은 순간이 있는 거라고 유진은 생각했다. 소란스럽던 일상이 일순간 고요해지고 나풀거리듯 변화가 시작되는 때가 있다. 실패와 균열로 엉망진창이 되어버린 지난날이 첫눈으로 하얗게 덮이고 나서야 드러나는 인생의 윤곽이 있다. 뾰족하게 솟은 전나무 끝 부분도 눈으로 뒤덮이면 동그랗고 하얀 눈꽃 나무로 변한다.그제야 이해되지 않던 고통스러운 시간은 의미를 가진 풍경이 된다. 그런 시간이 지나야 새하얀 언덕에서 스노보드를 탈 용기가 생기는 게 아닐까, 하고 유진은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