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3쪽
누구나 운다. 속으로 울든, 겉으로 울든, 누구나 운다. 누구는 우는데, 자기 집도 아니고, 길거리도 아니고, 떡볶이집에서 운다.
안찬기와 통화를 끝낸 후에도, 주희는 매운 떡볶이를 만들었다. 하루종일 만들어 하루종일 다 먹어 치울 작정이었다. 그러면 해피 엔딩이 되겠어요? 안찬기가 물었었다. 천만에. 주희는 생각했다. 해피 엔딩이 그렇게 쉽게 온다면, 주열이 사라진 뒤에 살아온 내 세월이 그렇게 힘들었겠나. 영문도 모른 채 파국 속으로 끌려들어간 그 손님의 세월은 그렇게 지옥이었겠나. 황이만이라는 자는 그렇게 뻔뻔하게 살 수 있었겠나. 살아갈 수 있겠나. 해피 엔딩이라는 한마디 말로, 그런 사람을 그렇게 놔두어도 되겠나.
그러나 그때 주희가 끝내 알 수 없었던 것이 있었다. 안찬기에 관한 문제였다. 안찬기는 과연 해피 엔딩을 원하는 것일까.
......
안찬기의 입에서 긴 한숨이 나왔다.
해피 엔딩이라는 말을 뭐하러 했을까.
안찬기는 한눈에 알아봤다. 박형사가 보내준 사진 속 여자를. 폐가 앞 사진 속에서 얼굴을 가리고 있던 여자는 이제야말로 두 손을 내리고 그를 정면으로 응시하는 듯했다. 슬픈 눈을 가진 여자였다. 그 여자에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그 여자는 대체 무슨 짓을, 어디까지 저지른 것일까. 알아내야 할까.
누군가는 그들에게 대가를 치르게 해야 했어요.
김주희의 말이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