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이만의 시선을 따라 읽다가 사실을 알았을 때 충격이었고 배신감에 몸이 떨렸다. 그러면서도 뻔뻔하게 연희를 찾아다녔다니. 황이만의 시점에서도 연희는 이상한 점이 많았다. 본인도 연희에게 자기가 어떤 존재였을지 의문을 갖는데, 정말 연희에게 이만은 남자친구였을까. 과연 연희는 이만을 이성적으로 좋아한 적이 있을까.
처음엔 등장인물이 하나씩 등장하고 그들의 얽히고설킨 관계들이 풀리면서 점점 사건의 실마리가 잡히는 듯 해 흥미진진하게 몰입해서 읽어내렸다. 그러다 절정에 다다라 갑자기 모든 정황이 밝혀졌을 때, 이만에게 배신감을 느껴 충격적이었던 걸 빼면 무언가 하나로 모아져서 빵 하고 터지는 듯한 느낌이 없어서 조금 아쉬웠다. 심지어 절정이 끝나고 글의 마무리를 하는 대단원만 남았다고 하기엔 분량이 너무 많이 남아있었다. 아직 덜 풀린 이야기도. 앞에 뿌린 복선들을 회수하기 위해 글이 진행되기는 하지만 이미 흥미를 잃은 상태에서 기승저ㅓㅓㅓㅓㅓㅓㄴ 하면서 질질 끈다는 느낌도 들었다.
김주열의 친구들이 죽은 이야기를 하다가 뜬금없이 민혁의 아내 얘기가 나오고. 전개 내내 맥거핀 같은 역할만 하다가 끝날 줄 알았던 연희가 마지막의 마지막에 나타나서 기뻤다. 사건을 자신의 입장에서 정리를 해주고 이야기의 마무리를 지을 줄 알았다. 그저 전화 통화로 사과를 한 게 다였다. 황이만에게 메일을 보낸 이유라든가 독자들이 궁금했던 점을 해결해주지는 않았다. 앞에서 민혁의 아내의 등장도 설명도 없이, 예의상 언급만 있더니 갑자기 결말에 와서 김주열의 친구들을 죽인 게 민혁의 아내라고 밝히니 너무 뜬금없다고 생각했다. 그럼 김주희는 뭐고, 최윤재는 왜 김주희를 보고 뛰어내린 것인가.
그럼에도 책에서 그 사건으로 피해받고 평생을 고통받으며 살았던 건 여자들인데 그걸 사과하고 용서를 구한 것도 여자들뿐이라는게 아이러니하고 마음에 와닿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