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도대체 이 여름은 언제쯤에나 끝나려나. 정말이지 끔찍한 여름이었다. 94년에도 그랬으려나.
......
일말의 의혹도 남기지 않고, 다 밝히면, 그러면 이 이야기의 끝이 날까? 그러나 의혹은, 비밀은, 존재 그 자체의 본질일지도 모른다. 인간은 더럽고, 끔찍한 생물체이다. 살면서 남기는 것이 쓰레기뿐이다.
그러나 동시에 인간은 신비하다. 김주희처럼. 슬픔과 상실과 비밀로 가득찬 그 여자처럼 아름답기도 하다. 바라보기에 따라. 방향에 따라. 의지에 따라. 그러므로 지금은 앞으로의 일을 결정하기보다 그 일을 바라보는 시선과 의지의 방향을 결정하는 것이 더 먼저일지도 모른다고, 안찬기는 다시 한번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