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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적인 문장도 문장이지만 서사의 완전성과 결말의 강렬함에 소름이 돋았다.
베테랑과 신입, 중년과 청년, 남성과 여성. 사회에서는 흔히 전자가 우대받는다. 박수무당은 자신의 초년 생활을 회상하면서 신애기를 연민한다. 하지만 진짜와 가짜라는 틀 안에서 이 모든 것은 뒤집힌다. 진짜 신(능력 혹은 재능)이 깃든 것은 후자(신애기)이기 때문에 연민을 받을 대상은 신애기가 아니라 박수무당 본인인 것이다.
그러나 누군가를 흉내내거나 누군가의 말을 전하는 것이 아닌 자기 본인의 몸짓을 펼치는 순간 이 구도는 또 한번 전복된다. 자기 자신이 되자, 신을 잃은 가짜는 신을 가진 진짜보다 더 참된 진짜가 된다.
칼날 같은 날카로운 문장 속에 내포된 묵직한 의미. 읽는 내내 저릿저릿한 통감과 쾌감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