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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영화를 아주 좋아한다. 특히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마블에서 내는 영화를 비롯한 ‘규모가 큰’ 영화에 미쳐 있었고, 이름을 밝힐 수 없는 모 번역가의 오역을 보며 입을 떡 벌리기도 했었다. 감히 시네필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에는 속해 있었던 셈이다. 그런 나에게 황석희 번역가는 ‘번역의 맛’을 알게 해 준 번역가였다. 특히 데드풀을 보면서 많이 느꼈던 것 같다.
편집자를 꿈꾸던 사람으로서 편집자와 번역가는 거의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잘해야 본전”인 점이 그렇다. 업계에서 탑이라고 불리는 황석희 번역가도 자신의 실력을 끊임없이 의심하고 또 겸손해하고 있다니, 저런 점은 배워야겠다 싶었다. 지금은 얼떨결에 편집자가 아닌 다른 직무로 입사를 앞두고 있지만 어쨌든 내가 원하던 업계에서 일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니까. 그의 말처럼 직업에 자부심을 가지고 열심히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상하게도 눈시울을 붉히게 만드는 구절이 많았다. 여러가지 주제로 자신의 진솔한 내면을 보여준 황석희 번역가가 괜히 친근하게 느껴진다. 앞으로 직장을 다니다가 힘이 든다거나 하는 일이 생기면 다시 꺼내볼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