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6쪽
모든 것은 파편이었다, 단지 속삭임, 몸에서 울려나오는 숨과 같은 속삭임, 물처럼 들어올리는 속삭임, 글이 호흡하는 속삭임, 글을 해체하는 속삭임, 몸 없이 환하고 불완전한 사물과 같은, 하지만 속삭이는 사물인, 혹은 모순되고 파편적인 몸을 가진 소리, 하나의 물방울이 돌 위로 떨어질 때 비로소 풀려나는 광물의 속삭임, 동굴의 한숨인 속삭임, 먼 훗날 어느 날 네가 희고 커다란 다리 위에 서 있을 때, 저녁이고 했살이 강물 위로 산산히 흩어지는 순간에, 너는 혼자인데, 문득 네 귀에, 네 입에, 네 몸안으로 동시에 덮쳐오는 파도처럼 사납게 속삭이는 여러 겹의 목소리를 들었다고 느끼고, 놀란 얼굴을 돌려 방금 누군가 네 곁을 스쳐지나간 것은 아닌지 헛되이 확인하려 할 때, 멀리 다리 건너편, 석탄의 불그스름하게 이글거리는 인파 속으로 막 사라지는 M***의 뒷모습이 보였다고 믿는, 그런 글쓰기를 원한다고, 과거도 미래도 아닌 글을, 진실도 거짓도 아닌 글을, 일어났으면서 일어나지 않았던 것에 관하여, 먼 훗날 어느 날의 흰 다리, 그곳을 지나갔을 M***을 시간을 앞서서 선취하는 글쓰기를 원한다고. 135p